비트코인 네트워크의 네 번째 반감기가 지난 금요일에 종료되었다. 반감기란 채굴자 보상을 절반으로 감소시키는 것을 의미하며, 최근 몇 달 동안 모든 투자자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특히 이번 반감기는 세계 인플레이션이 높게 오른 시기에 도래하면서 더욱 부각되었다.
비트코인은 이제까지 반감기를 지나칠 때마다 높은 가격 상승을 경험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왜냐하면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ETF 같은 금융 상품을 통해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반감기란?
반감기는 4년마다 발생하는 이벤트이며,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거래를 검증하는 채굴자를 위한 보상을 절반으로 감소시킨다. 물론 그에 따라 새롭게 발행되는 비트코인 숫자도 감소된다. 흥미롭게도,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었다.
이러한 공급 감소는 시스템에 의해 자연 발생하며, 지난주 반감기로 인해 비트코인 발행비율은 블록당 6.25 BTC에서 3.125 BTC로 줄어들게 되었다. 최근 추정에 따르면, 새로운 비트코인 블록은 10분 간격으로 발행된다.
이번 반감기 보상 감소는 동부 표준시 금요일 오후 8시 9분경에 84만 번째 블록에서 발생했다. 이 블록을 채굴한 채굴기업은 ViaBTC였고, 이들은 블록 보상 및 수수료로 비트코인 40개 이상(260만 달러)을 받게 되었다. 이는 최근 블록 보상보다 높은데, 왜냐하면 유저들이 반감기 블록을 기념하기 위해 높은 수수료를 지불하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갤럭시 디지털 분석가 게이브파커는 최근 반감기를 맞이하며, “반감기는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비트코인 통화정책의 중추이며, 비트코인을 입증 가능한 희소 자산으로 만듭니다”라고 밝혔다.
비트코인의 총공급량은 2100만 개이며, 현재까지 약 1960만 개가 채굴되었다. 채굴 보상은 마지막 비트코인 블록이 발행될 때까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예측에 따르면, 2140년에 채굴이 완료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유통 감소는 프로그램에 의해 미리 정해진 것이며, 이는 수요가 유지되거나 늘어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비트코인을 더욱 희소성 있고 가치 있게 만들 것이다.
반감기로 인한 가격 영향은 아직 불확실
비트코인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한 패턴을 보여왔다. 보통 반감기 후에 엄청난 불장이 발생했고, 이후 오랜 조정 기간을 보였으며, 이 패턴은 반감기를 중심으로 꾸준히 반복되었다. 실제로 지난 세 차례 반감기(2012, 2016, 2020)가 발생할 때마다, 비트코인 공급 증가 속도가 둔화되어 가격이 높이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에크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가격 상승의 절정은 반감기 완료 후 30일에서 180일 사이에 발생한다고 한다.
2020년의 경우,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30일 전에 6,862달러였지만, 정확히 180일 후 14,849달러로 치솟았다. 이는 꼭 반년만에 116.71%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패턴은 올해에는 조금 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왜냐하면,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가 오기도 전에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며 7만 달러를 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랠리는 최근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로 늘어난 기관 투자에 기인한 것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의 반복적인 패턴을 미리 파악하여, 4번째 불장을 누리기 위해 서둘러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코인베이스 분석가는 지난달에 “이제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움직임이 꼭 기존 패턴을 재현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이 상품에 대한 안정적인 수요는 변동성 감소로 이어질 겁니다.”
한편 JP모건 분석가는 비트코인 가격이 이미 책정되었기 때문에, 반감기 이후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도이체방크 팀은 “가격이 크게 오를 거 같지 않다”고 밝혔다.
우리는 여기서 오늘날 세계 경제 상황이 2020년과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당시 세계 중앙은행은 코로나 사태에 대응하여 매우 협조적인 통화정책을 채택했었다.
크립토 애널리틱스 기업 카이코의 데시슬라바 오베르는 암호화폐 전문 매체 디크립트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최근 반감기와 2020년 반감기 사이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거시적 환경이라고 봅니다.”
인플레이션 헤지 내러티브
향후 몇 달 동안 가격 움직임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 반감기는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맹렬한 인플레이션과 명백히 대비되는 강력한 특성을 자랑한다.
크라켄 거래소의 전략 책임자 토마스 퍼푸모는 “사람들이 기존 통화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경제 환경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기에 비트코인이라는 좋은 대안 통화가 떠오르게 된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의 견고하고 불변한 디플레이션 구조가 지닌 상징성을 강조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변화하는 경제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채택한 불안정한 정책들과 상당히 대조되는 것이다.
중앙은행은 그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수조 달러를 찍어냈지만, 비트코인은 반대로 반감기를 통해 놀라운 희소성을 자랑한다. 이는 암호화폐 지지자들이 줄곧 주장해 온 비트코인의 핵심 가치제안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편 벤치마크 분석가 마크파머는 현물 ETF의 등장으로 인해, 반감기가 비트코인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더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채굴자에 대한 영향은 거의 즉각적일 것
반감기 영향이 가격에 반영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채굴자들의 매출에 미칠 영향은 상당히 즉각적일 것이다.
채굴자들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여 거래를 검증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새롭게 발행된 비트코인을 받는다. 이 보상은 지난 금요일 6.25 BTC에서 3.125 BTC로 하락했고, 이는 약 20만 달러에 달한다. 그리고 채굴자들은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 비용을 높여야 하는 상황을 직면하게 되었다.
마라톤 디지털, 라이엇 블록체인 같은 상장 채굴기업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여 절감된 채굴 보상을 메꾸지 않는 이상,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또한 수익이 적은 채굴기업들은 강제 퇴장되어, 이 산업에서 적지 않은 합병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맥심 분석가 매튜 갈린코는 “저렴하고 안정적인 전력원을 지닌 채굴자들은 반감기 이후 시장에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력원이 충분하지 않거나, 효과적인 장비 자금을 갖추지 않은 비상장 채굴기업들은 시장에서 퇴장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난 반감기를 참고하면, 비트코인 채굴 해시레이트는 처음 몇 달 동안 떨어졌다가 점점 회복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준비를 마친 채굴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매출이 4년마다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매우 난감한 일이지만, 시기를 예측할 수 있는 덕분에 전략적 대비가 가능한 것도 사실입니다”라고 채굴기업 파운드리의 전략책임자 찰스 총이 말했다. “반감기에 대비하려면 운영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로 인해 더 탄력적이고 효과적인 채굴 환경을 조성하게 되므로, 이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거래 수수료의 중요성 부각
이제 블록 보상이 삭감됨에 따라, 채굴자들은 비트코인 사용자들이 지불하는 거래 비용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그에 따라 네트워크가 바쁜 시기에는 수수료가 오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비트코인 오디널스 같은 최신 기술 덕분에, 이미 높은 수수료가 채굴자들에게 지불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참고로 오디널스는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아트워크 같은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거래를 오프체인에서 일괄처리하고, 메인 비트코인 블록체인에서 한꺼번에 정산하는 레이어2 네트워크 또한 총수수료를 더 높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전략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장기 보유자와 암호화폐 애호가들 또한 이러한 수수료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오랫동안 지지해 온 비트코인의 견고한 디플레이션 구조가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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